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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당초 이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인준 반대를 외쳐온 새정치민주연합이 막판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파국적 사태는 면했다. 표결 결과 여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와 이 후보자는 인준에 필요한 141표보다 고작 7표를 더 얻어 박근혜 정권의 두번째 총리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적격’ 응답이 과반을 넘은 상황에서, 인준안도 전체 재적 의원의 딱 절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내용적으로 완전히 ‘반쪽 총리’란 걸 알려주는 지표다. 이런 총리가 과연 내각을 통할할 권위와 리더십을 발휘하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는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과반수 새누리당의 도움으로 인준 터널은 통과했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 과정에서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다. 그간의 인사청문 기준에서라면 능히 낙마 사유다. 하지만 ‘3연속 총리 후보 낙마’에 따른 정권의 부담에 급급한 여당과 청와대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이완구 총리’를 관철했다. 숱한 진통과 갈등을 겪으며 어렵게 구축해온 공직 기준을 무너뜨린 것이다. 한국 사회의 윤리 수준을 퇴행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여야의 첨예한 대치로 흐르던 임명동의안 처리는 새정치연합이 막판 표결 참여를 결정함으로써 정국의 파행은 모면했다. 여당의 강행 처리에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새정치연합이 ‘의회주의’라는 명분을 택한 결과다. 애초 청문 과정에서 안이한 자세와 ‘여론조사 발언’처럼 전략 없는 임시방편적 대응으로 궁지를 자초한 새정치연합으로서는 달리 길이 없었을 터이다. 결과적으로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는 모양은 연출되었지만, ‘반쪽 총리’ 탄생 과정에서 드러난 새정치연합의 실력과 정치력 부족 문제는 남았다.

이완구 총리는 법적으로는 총리가 됐지만 국민에게는 커다란 빚을 지게 됐다. 그 채무를 갚는 길은 그야말로 “대오각성”하고 총리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해 국정에서 성과를 내놓는 것이다. 물론 전망은 어둡다. 도덕성과 공정성, 정직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총리가 각 부처를 통할하고 공직기강을 다잡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인준안을 통과시켜준 대통령 앞에서 소신 있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총리가 무너진 권위를 회복하려면, 스스로 약속했듯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총리로서 권한을 확실히 행사해야 한다. 이 총리가 박 대통령의 불통과 질주를 제어하는 조정·견제자 노릇을 해주지 못한다면 본인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대통령에게 국정 문제 등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역할과 책임을 보여줄 때야 ‘반쪽 총리’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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