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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6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고 27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김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고 결론내리고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등 12명을 재판에 회부했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과제는 법원으로 넘어갔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수사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수사를 통해 명쾌하게 밝혀진 의혹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당초 특검이 도입된 목적은 드루킹 일당과 정치권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사 초기 특검은 댓글조작의 본류보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 곁가지 수사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은 노 의원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뒤 김 지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을 몰랐으며 ‘킹크랩’ 같은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을 본 사실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특검이 김 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별검사 제도는 검찰과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불신에서 도입됐다. 고위공직자 등 유력인사가 연루된 사건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성역 없는 수사를 맡길 주체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특검 역시 태생부터 정치적 요소를 띨 수밖에 없다. 국회의 특검법 제정을 통해 출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으로부터의 외풍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에도 여야 모두 특검을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특검”, 자유한국당은 “나약한 특검” 등으로 허익범 특검팀을 몰아붙였다. 허 특검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치권에서 지나친 편향적 비난이 계속돼왔음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검은 수사기간의 제약 등으로 인해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지기 쉽다. 그러다보면 별건수사나 과잉수사의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특검 무용론’에 동의하지는 않으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언제까지 정치권 합의에 의한 특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독립적 상설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공수처 설치·운영 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공수처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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