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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주말 동안에도 감염환자가 추가로 3명 확인됐다. 내국인 감염환자는 15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어제서야 ‘메르스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민관합동대책반’을 구성, 운영에 들어갔지만 총체적으로 구멍 뚫린 국가방역체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떨쳐내기 힘들다. 최초 환자가 5월20일 발생했고 최대 잠복기가 2주일임을 감안하면 메르스 사태는 이번 주 고비를 맞을 것 같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부실한 메르스 대처는 지난 주말 확진한 감염환자 3명에게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이들은 최초 환자가 입원한 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이거나, 다른 입원환자를 간병 또는 매일 문병한 사람들이었지만 격리 대상이 아니었다. 기계적으로 최초 환자의 병실 방문자만 격리했을 뿐 공동 화장실 등 해당 병원의 다른 장소에서 최초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탓이다. 화석화된 메르스 전파경로 매뉴얼에만 매달린 결과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해당 병원에 현장 대응팀을 파견해 접촉자 모니터링과 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되풀이할 것인가.

국내메르스 환자 성별.연령대 (출처 : 경향DB)


새로운 질병이 출현했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면 의학적 한계에 해당된다. 이와는 달리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환자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당 질병이 창궐한다면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확산일로의 메르스와 더없이 무력한 국가방역시스템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 국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대비하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반응이다. 정부는 공개가 필요한 정보마저 일절 차단한 채 “안심하라”고 외치고 있다. 어찌 보면 메르스 공포의 진원지는 정부와 보건당국이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글 중에는 ‘괴담’도 적지 않지만 최초 환자의 이동경로와 메르스 예방법 등 유익한 정보도 많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메르스 괴담 유포자를 엄벌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찰은 메르스 관련 글들을 모니터링해서 허위사실이나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새누리당 대변인은 어제 “독버섯처럼 자라는 인터넷 괴담도 뿌리부터 찾아내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정부·여당의 실책과 책임론을 모면해 보려는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위기 대처 역량 부족이 드러날 때마다 툭하면 괴담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는 나쁜 버릇이 또 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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