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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도록 합의문에 명기할 것인가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으나 타결의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그동안 야당은 50%를 명기하자고 주장했고 여당과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으나, 모두 한발씩 양보해 향후 국회에 사회적 기구를 설치해 소득대체율 50% 등의 적정성 및 타당성을 검증키로 합의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관한 논의는 2007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은 9%에서 15%까지 장기간에 걸쳐 인상하고 급여수준은 40년 가입자의 경우 6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이 제안됐으나, 국회심의과정에서 보험료는 인상하지 않고 급여수준만 대폭 낮춰 2028년 소득대체율이 40%가 되도록 한 것이다.

소득대체율, 즉 퇴직 전 소득에 대비한 연금액의 비율을 40년 가입 시 60%에서 40%로 낮춘 것은 지나친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은 25세부터 시작해 65세까지 계속 가입해야 40년이 되는데 실제는 길어야 30년 정도 될 것이므로 퇴직 전 소득의 3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보험료와 급여수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득의 상한선(최고소득)이 약 4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그 이상의 소득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실제 소득에 비해 연금액이 낮게 산정돼 고소득자라도 30년 가입 시 약 120만원밖에 안되므로 소득대체율은 너무 낮다. 이 수준으로는 노후 생계유지가 어렵다.

따라서 소득대체율은 5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 보험료를 인상하면 당장 가입자와 기업의 부담이 증가돼 가계와 기업 나아가 국민경제에 부담이 크지만, 적정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노후생활을 안정시키는 문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므로 이 문제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 현세대가 적정 수준으로 보험료를 올려 연금기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적립된 기금에서 노후에 연금을 받도록 하면 기금의 고갈 시점을 훨씬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현세대가 지금 보험료를 더 부담하지 않으면 기금의 고갈 시기가 앞당겨져 나중에 후세대에게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후세대에게 지나치게 부양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노후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현세대가 지금 보험료를 조금 더 부담할 것인지, 후세대에게 어느 정도 부양책임을 전가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 현세대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보험료는 일시에 올리기가 사실상 어려우므로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올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왼쪽)이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국민연금 개혁 관련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그간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_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이 평소 성실히 보험료를 내고 노인이 되면 연금을 받도록 해 모든 국민의 평생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실상을 소상히 알리고 동의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보험료 인상을 거론하면 정치적으로 표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해 보험료 인상에 소극적인 면이 있지만,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회에 구성될 사회적 기구에서 소득대체율을 비롯한 국민연금 체제의 장기적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고 진지하게 이루어지기 바란다.


인경석 |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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