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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 최초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10일 만에 15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확인됐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3차 감염 및 지역사회 감염으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번 메르스 국내 환자 발생은 중동지역을 다녀온 환자가 중동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치사율이 대단히 높은 질병인 메르스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메르스 유행지역인 중동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한국에 도착하는 시점에 기내에서 메르스 예방대책 등에 대해 충분히 안내를 해줘 이 환자가 메르스가 어떤 질병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면 입국 이후 발열 증상이 있었을 때 환자 본인이 곧바로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의사에게 진료받을 때 중동지역에 다녀와 고열증상이 있었다고 밝혀 그 의사가 보건소에 즉시 신고했더라면 지금처럼 국민 전체가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두 가정에 그쳤다. 최초 확진 환자는 증상 발생 초기에 이런 사실을 진료 의사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러니 의사인들 이 환자가 메르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증상 발생 초기인 11일부터 확진일자인 20일까지 무려 10일간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지속적으로 메르스 바이러스를 배출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초기 단계에서 밀접 접촉자들이 완벽하게 통제되지 못해 지금처럼 많은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5월28일 보건복지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메르스 관리대책본부’가 발족하면서 발표한 대책 중 메르스 확진환자 및 접촉자 전수 재조사 실시 방침, 적극적인 격리 조치,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에도 가동돼 큰 효과를 거뒀던 위험지역(중동지역) 입국자 전원 대상의 메르스 의심 증상 유무 확인을 위한 입국 후 유선 2회 모니터링 체계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하면서도 효과적인 조치이다.
이 같은 조치는 해외 여행객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한 인식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의심환자 진료 및 신고 시스템 역시 재점검해 역학적으로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발열환자에 대한 철저한 신고체계가 의료계 전체에서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마스크를 쓴 채 안내 책자를 살피고 있다. _ 연합뉴스
물론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인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정상적 가동을 위한 실태점검과 필요시 국공립병원의 추가 격리병상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 메르스 환자 진료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이런 시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유포돼 국민들을 불안케 하거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병원 방문을 피하는 등 질병 확산에 대한 공포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환자와 밀접한 접촉이 있는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전파되며,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된다. 따라서 의심 혹은 확진 환자 발생 후 이들 접촉자에 대한 방역 조치만 확실하게 취한다면 지역사회로의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도 ‘국내 환자 제로’라는 방역 성과를 거둔 바 있고,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 국가 보유 항바이러스제 무상 공급과 국내 생산 신종플루 백신의 자급자족을 통해 확산을 막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속담처럼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메르스의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전병율 |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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