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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에 가슴 아린 독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모습이었다. 그의 눈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긴장, 탈진, 고독, 그럼에도 버텨내야 한다는 사명감…. 세월호 참사 때 목숨 걸고 바다에 뛰어든 잠수사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메르스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이 있다. 그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피로 또한 누적되고 있다. 입고 벗는 데만 1시간이 걸리는 방호복을 입고 음압병실에 들어가면 5분만 지나도 온몸에 비 오듯 땀이 쏟아진다고 한다. 감염될지 모른다는 심리적 공포 또한 만만치 않다. 이미 적잖은 의료인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의료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쪽잠도 감수해가며 24시간 환자들 곁을 지키고 있다. 소명의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4일 현재 의료진과 직원 등 58명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자택 격리됐다가 복귀한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에서 박창일 의료원장이 출근한 의사를 끌어안으며 환영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인천 인하대병원은 지난 2일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1명을 인계받아 치료키로 한 사실이 알려진 뒤 내원객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다. 의료진이 당혹스러워하자 김영모 의료원장이 내부게시판을 통해 입장을 천명했다.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료인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 원장의 다짐은 깊은 울림을 남기고 시민들의 격려로 이어졌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경험이 일천한 후배 의료진이 머뭇거리자 선배들이 앞장서 방호복을 입었다고 한다. 메르스 대란 속,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에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의료진 덕분일 터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전사들’을 선정했다.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목숨 걸고 치료·구호활동을 벌인 의료진과 간병인, 구호단체를 지칭한 것이다. 타임은 “그들이 있었기에 전 세계는 매일 밤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그들은 총 대신 영웅적인 가슴으로 에볼라와의 전쟁을 치러냈다”고 상찬했다. 이 땅의 의료인도 다르지 않다. 낯선 감염병에 맞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메르스 전사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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