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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는 관객동원에서 유례없는 대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꿈의 기록이라는 1700만명을 돌파한 <명량>과 800만명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해적>의 쌍끌이 흥행 덕분이다. 사상 처음으로 매달 관객 2500만명을 넘어서는 신기록도 세웠다. 대략 국민 절반이 한 달에 한 편 정도는 한국영화를 봤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크린 독과점, 다양성의 위축, 흥행 양극화 같은 그늘도 남겼다.

올해 배급사별 점유율을 보면 대기업이 제작과 배급, 상영까지 장악한 이른바 ‘수직계열화’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다. 올 배급사별 점유율에서 <명량>의 CJ E&M이 1위를 차지했다. 관객 점유율은 55.2%를 기록했다. 이어 <해적>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22.6%로 2위에 올랐다. 대형 배급사들이 전체 스크린의 7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극장들은 ‘관객들이 원하기에 스크린을 늘린다’고 항변한다. <명량>의 경우 좌석 점유율이 높아 독과점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말 오후 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출처 : 경향DB)


그러나 <명량> 개봉 당시 국내 전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이 상영했다는 점에서 불공정 경쟁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국내에는 2000여개의 영화제작사가 있다. 그런데 올여름 극장가에서 <명량>을 필두로 한 일부 영화 외 다른 중소영화는 상영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상영영화 중에서도 절반 가까이는 일일 1만 관객에도 못 미치는 불황을 겪었다. 이게 진짜 한국영화의 현실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에는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수직계열화에 따른 영화산업 왜곡 현상은 또 있다. 작품은 영화인들이 만들었는데 정작 수익금은 대기업 상영관이 다 가져가면서 생기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는 점이다. 심지어 상영관이 영화표를 헐값으로 나눠주고 팝콘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은 영화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화산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오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영화산업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1000만 영화 한 편보다는 100만~200만 영화가 여러 편 나오는 게 한국영화 상생과 공존의 길이라고 본다. 이참에 정부와 영화계가 머리를 맞대고 영화계의 고질적인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조치와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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