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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요청한 8개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지정 취소 협의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또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14개 자사고 가운데 기준점수에 미달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8개 학교에 대해 교육부에 지정취소 협의 신청을 한 데 따른 조치다. 이미 공언한 바이긴 하지만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된 조치들을 서슴없이 밀어붙이는 교육부의 처사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반려란 협의신청서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포함되면 동의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되돌려보내는 것이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새로운 지표를 추가해 재평가를 실시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성과평가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반려했다. 한마디로 내용을 보지도 않고 퇴짜를 놓은 것으로 설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교육당국으로서 온당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교육부 장관의 반려나 동의·부동의 등의 절차는 행정청 내부의 서무처리 준칙에 불과한 훈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상위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앞설 수 없다. 현행 시행령은 자사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으며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의견 제시 차원의 이 ‘협의’ 규정을 근거로 부동의·반려 등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법의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4일 서울시 교육청 기자실에서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 평가결과와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어제 협의 규정을 아예 ‘동의’로 바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꼼수’를 넘어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개정령안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뿐 아니라 교육부 장관 소속의 자사고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특성화중·특수목적고도 마찬가지다. 교육감에게 있던 특성화중·자사고·특목고의 지정 및 취소 권한을 교육부 장관이 갖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사고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도입 취지와 달리 일반고 교육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공교육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과 동문·학부모 등은 교육의 백년대계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자사고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교육 주체에게 ‘내 자식 잘 키우자’가 아니라 ‘우리 자식 모두 잘 키우자’는 관점에서 접근해달라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호소는 교육부가 오히려 크게 내야 할 목소리라고 본다. 교육부부터 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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