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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말 예비회계감사를 한 데 이어 25일부터 본감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잡음으로 얼룩진 인권위가 감사 대상에 오른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 정부 최악의 실정 중 하나로 ‘식물 인권위’를 꼽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은 어제 출간한 <좌우지간 인권이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인권위 추락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인권위 업무보고를 받지 않았을 정도로 무관심했다고 돼 있다. 안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인권위를 눈엣가시로 여겼다”면서 “인권위가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지적한 게 보복조치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DB)
이번 인권위 감사는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인권위에 대한 경고음을 무시해온 감사원이 정권 말에 느닷없이 감사에 나선 것은 스스로 부끄러워할 일이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는 거의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 나온 민간인사찰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만 봐도 그렇다. 2010년 12월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진정을 뭉갰다가 ‘뒷북조사’에 나선 뒤에도 조사결과 발표를 계속 미적거려 왔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 흔한 보고서 한장 채택하지 못한 채 정권 눈치만 봐온 게 인권위의 실상이다. 감사원은 늦긴 했지만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인권위의 구조적인 병폐와 개선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인권위 위상 회복은 미룰 수 없는 차기정부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새 정부 인권정책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게 현실이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도 이 대통령과 함께 현 위원장의 연임을 묵인 또는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인권위가 차기정부의 인권과제를 전달하는 과정에 “당선인의 공약과 일치하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공개 유보’를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인권 문제는 여야와 이념을 떠나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한국이 인권 후진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조롱은 이명박 정부에서 끝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현 위원장 체제의 독단을 청산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인권위 위상을 복원해야 할 중책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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