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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의혹’을 담은 청와대의 ‘정윤회 감찰 보고서’ 내용이 단순 루머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 감찰과 문건 작성을 담당한 공직기강비서관실 책임자인 조응천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와 ‘문고리 3인방’ 일원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지난 4월 서로 연락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신이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자, 이 비서관이 직접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씨와 이 비서관의 그간 석명을 전복시킨다. 정씨는 ‘문고리 3인방’과 10여년간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해왔고, 이 비서관도 10년 전쯤 정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했다. 정씨와 이 비서관이 민감한 시점에 “연락하는 관계”라는 점만으로도 비선 의혹은 새 국면을 맞는다. 문건의 국정개입 의혹이 죄다 ‘찌라시’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문건’의 내용은 소위 ‘십상시’ 모임 참석자로부터 나온 것이며, “신빙성은 60% 이상”이라고도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그에 대한 기초적 조사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문고리 3인방’의 얘기만 듣고 국정개입 의혹을 덮으려 한 셈이다.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하고 갈등을 야기한 것은 ‘문건 유출’이나 ‘언론 보도’가 아니라, 측근 문제에 무작정 보호막부터 펼친 박근혜 대통령이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29일자 신문에 ‘정윤회 국정농단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사 기자 등을 고소했다는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출처 : 경향DB)


‘비선 의혹’의 중심인 정씨의 말 바꾸기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정씨는 ‘3인방’ 비서관과 10여년간 연락이 없었다던 종전 입장을 바꿔 지난 4월 이재만 비서관과의 통화를 시인하고, 문건 보도 직후 이재만·안봉근 비서관 등과 연락한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재만·안봉근 비서관과의 통화에선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는 주문도 했다. ‘문고리 권력’ 비서관들과 언제든 통화하고 대응을 논할 수 있는 위상은 아무나 갖는 게 아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을 지휘한 조 전 비서관은 ‘이상한 인사’의 배후에 이들 3인방이 개입한 구체적 실상도 증언했다. 청와대 행정관 인사에서 명단을 찍어 내려보내기도 하고,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인사 발표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불투명한 인사, 부실 검증에 따른 잇따른 인사 참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알려준다. 인사 등 국정을 몇몇 측근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비정상 정치’가 집권 2년도 안돼 권력 암투가 발발하는 사태를 초래한 근인이다. 문건 유출 문제로 본말을 전도하고, 언론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꿰맞추기’ 검찰 수사로는 수습되기 힘들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비선과 측근들을 발호케 하는 밀실 국정운영을 바로잡는 것이 첩경이다. 결국 정권이 조기에 나락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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