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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한국형 실업부조’를 포함한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실업부조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취업 프로그램 참여를 조건으로 현금 급여를 하는 제도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한국형 실업부조를 시행할 계획이다. 합의대로 시행되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던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은 최저생계비 수준인 50만원을 6개월 동안 받게 된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게 됐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합의문에는 ‘실업급여 현실화’ ‘고용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 노동계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출산·육아 휴직자의 임금지원 확대와 소득기준 고용보험제도 개편 등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안들이 시행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하위권에 있는 한국의 ‘탈상품화’ 수준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탈상품화는 국민이 노동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복지국가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실업부조의 대상, 지원 수준 등은 기대에 못미쳐 아쉽다. 노동계는 “평균 임금의 25~30% 수준인 70만~85만원을 최대 24개월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축소된 것이다. 월 50만원의 보조금으로 6개월간 취업을 준비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부터 의구심이 든다. 설령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좋지 않은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정부 예산으로 직업훈련까지 받고 취업한 5명 중 4명이 1년도 못 버티고 그만둔 것도 짧은 준비기간 등 탓이었다. 특히 급여 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였던 정부안보다도 후퇴했다. 사회안전망개선위는 “도입과정에서의 불확실성 때문에 안전하게 출발하겠다는 취지다”라고 설명했으나, 참사 수준의 고용현실과 사상 최대로 벌어진 빈부 격차 등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 실업자의 재취업에 도움을 주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 비중’이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0.37%로 OECD 평균인 0.54%에 크게 모자란다. ‘한국형 실업부조’의 시행까지, 논의할 시간은 남아있다. 고용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하려면 노동시장정책 지출부터 과감하게 늘리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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