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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최근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트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창리 발사장에서 로켓추진체를 발사대 위로 올리는 레일식 이동 구조물이 조립되고 있으며 닫혀 있던 연결타워 덮개도 열려 발사대가 노출됐다고 한다. 국가정보원도 이와 관련,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며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일단 판단을 유보한 채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좀 더 확인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국방부는 7일 동창리와 최근 물자 운송용 차량의 활동이 포착된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동창리의 위성사진 촬영시점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틀 뒤여서 북·미 합의 무산 이후 대미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6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눈인사를 하며 악수하는 작별 장면을 공개한 것을 보면 북한의 대화의지도 여전해 보인다.

다만 하노이 합의 무산으로 북·미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시점에서 이런 움직임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며 구구한 억측을 유발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결코 득이 아니다. 2017년 11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동창리 시설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관측된 것만으로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북한으로서는 오랜 시간 준비해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의지에 의구심이 커졌을 것이다. 이는 회담 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한 데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예전의 ‘도발모드’로 되돌아가게 될 경우 지난 1년여간 북한이 해온 긍정적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북한이 오해를 살 행동을 계속한다면 북·미 중재에 나서려는 문재인 정부의 입지가 약화된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남북 간 긴밀한 협의로 상황타개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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