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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녹취록에는 ‘지난해 초 안 원장의 사생활 관련 루머를 추적했다’는 현직 경찰 간부의 발언이 담겨 있다. 이 간부는 경찰 정보분야 고위직을 지낸 인사라고 한다. 지난달 안 원장 사찰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경찰은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녹취록이 공개됨으로써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통신사 뉴시스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경찰 간부는 안 원장의 룸살롱 출입설을 묻는 기자에게 업소 이름을 언급하며 “거기 들락날락하고 여자 있다고 해서 우리가 한번 추적을 해본 적은 있다”고 답했다. 시점에 대해선 “작년 초쯤”이라고 했다. ‘마담 이름’을 묻자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 오래돼서 기억도 못하겠다. 우리가 그때 확인했을 때도 그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루머에 대해) 좀 확인을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영 안되더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정치공작진상특위’ 위원들 기자회견 (출처: 경향DB)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안 원장을 둘러싼 소문을 조사하기 위해 룸살롱까지 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얘기가 된다. 경찰 간부가 언급한 ‘작년 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큰 물의를 빚던 시기다. 이러한 때 경찰이 민간인인 안 원장의 사생활을 캐고 다녔다면 더욱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해당 경찰 간부는 “시중에 떠도는 루머를 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다. 뒷조사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녹취록이 나온 이상 안 원장 사찰설은 ‘설’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경찰은 즉각 진상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야당은 국가기관이 안 원장을 뒷조사한 내용이 새누리당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의 당사자인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이러한 의혹이 더 커지는 게 사실이다. 정 전 위원은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문제의 전화를 건 장소가 자신의 차량이 아니라 ‘택시 안’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정 전 위원이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협박은 없었고 친구 간 사적 대화였다”는 주장도 믿기 힘들게 됐다. 이제는 정 전 위원이 언급했다는 안 원장 의혹의 출처가 어디인지 규명해야 할 때다. 국회는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해 안 원장에 대한 사찰이 실제 있었는지, 있었다면 배후는 누구인지, 사찰로 얻은 정보는 어디로 흘러갔는지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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