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전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기대했던 브라질의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표팀은 어제 열린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0-1로 졌다. 벨기에에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한국은 열심히 벨기에를 몰아붙였으나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한 국민들은 실망했고,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로써 한국은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H조 최하위에 그치며 쓸쓸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승’의 치욕을 당한 건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통해 쌓아올린 축구 강국의 위상은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여지없이 실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축구공은 둥글고, 경기는 질 수도 있다. 세계 1위 스페인도 탈락한 마당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브라질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모두가 장밋빛 기대치와 싸늘한 현실의 차이를 분명히 직시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때다.
손흥민(가운데)이 27일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H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하고 있다.(출처 :경향DB)
이번 월드컵은 뼈아픈 교훈과 숙제를 한국 축구계에 남겼다. 대표팀은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전술과 조직력, 기술과 빠르기는 물론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패기마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지역예선 때부터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며 금쪽같은 시간을 까먹었다. 선수 선발 잡음과 대표팀의 리더십 부재, 경험 부족도 이번 월드컵 실패의 원인이라는 평가다.
우리의 브라질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축구계 전체가 지혜를 모아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할 때다.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은 더 값져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젊은 피로 구성되었기에 가능성은 아직 많다. 월드컵 경험을 토대로 벽돌 쌓듯 차근차근 내공을 키워 나간다면 4년 뒤에는 축구 강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주제별 > 스포츠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윤수의 오프사이드]바꿔야할 건 축구협회 (0) | 2014.07.07 |
---|---|
[기고]월드컵 탈락 이후 얻은 것들 (0) | 2014.07.02 |
[경향마당]국제스포츠대회, 흑자는 불가능한가 (0) | 2014.06.16 |
[여적]한국 축구 그땐 그랬지 (0) | 2014.06.13 |
[정윤수의 오프사이드]차분한 응원은 불가능한가 (0) | 2014.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