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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직후에 상세한 보고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가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 8일 김관진 장관에게 ‘중요사건보고’를 했으며,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를 했다. 보고 문건에는 가해자들의 구체적인 폭행 내용과 함께 윤 일병에 대한 지속적인 가혹행위 사실이 적시돼 있다. ‘구타 사망사건으로 보고받았다’는 그간 국방부와 청와대의 설명을 뒤집는 내용이다.

‘중요사건보고’를 통해 김 실장은 처음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숨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일선 책임자들에 대해 보직해임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쳤다. 최고 지휘라인에 대한 문책은 하지 않았다. 육군은 수차례 윤 일병 사건을 축소해 공개했다. 김 실장이 장관 재직 시 윤 일병 사건이 외부에 축소 발표되는 것을 묵인한 셈이다. 김 실장 후임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윤 일병 사건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윤 일병 사건 발생부터 처리, 전모가 공개되는 과정까지 군의 은폐·축소가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GOP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는 당시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 (출처 : 경향DB)


윤 일병 사건의 사법적 처리와 별개로 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김 실장을 정점으로 한 군 수뇌부의 관여와 묵인 정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윤 일병에 대한 야만적인 가혹행위의 실상을 알고도 묵살하고, 의도적으로 그 내용을 축소·왜곡해 언론에 공개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설령 김 실장의 주장대로 사건 발생 때는 물론 군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뒤에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국방부 장관으로서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병사들이 동료 총에 맞고 가혹행위로 희생되는 군대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매번 책임의 소재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데도 원인이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일선 관련자 징계로 미봉하고, 지휘책임에는 눈을 감아온 군의 보신주의가 병영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윤 일병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이 나온 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퇴했다. 혹여 야당이 지적하는 대로 권 총장의 퇴진으로 김 실장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을 포함해 성역없는 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모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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