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음란행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수창 제주지검장의 사표가 어제 수리됐다. 현직 검찰 고위간부가 성 추문으로 사표를 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는 제주 도심에서 차마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행동을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추문에 휘말린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 신분을 속인 사실도 드러났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그간 제기된 ‘스폰서 검사’ ‘뇌물 검사’ ‘성 접대 검사’에 이어 또 하나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김 검사장의 범죄 행위는 아직 수사 초기단계라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신고한 여고생은 옷차림으로 봐서 음란행위의 당사자가 김 검사장과 비슷하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검사장은 “옷차림이 비슷해 빚어진 해프닝”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 TV를 입수한 뒤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확보된 영상화면으로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면직 처분됐다. 법무부는 18일 김 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이를 수리하고 면직했다고 밝혔다. _ 연합뉴스


본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김 검사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뒤 신원 확인을 거부했다. 경찰서로 인계된 후에는 동생 이름을 둘러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다른 것으로 나오자 그때야 자기 이름을 댔다고 한다. 유치장에 갇혀 있으면서도 현직 검사장이라는 사실은 계속 숨겼다. 그는 “검사장이라는 신분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떳떳하다면 신분을 감출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구나 현직 검사장이 아무런 죄 없이 10시간이나 유치장 신세를 감내했다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범죄 수준으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민들은 “검찰 조직이 과연 이 정도 수준인가”라는 허탈감에 사로잡혀 있다. 청와대가 어제 김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한 당연한 조치다. 사건 당사자가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코미디나 다름없다. 하지만 김 검사장 사표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경찰은 철저한 추적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 협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찰도 엉뚱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혹여 이번 사건을 검경 수사권 갈등에 악용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