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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군사법원폐지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시민사회에서도 군 사법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상상을 초월한 가혹행위 때문이지만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그것이 군 당국에 의해 은폐·축소되고 처벌과 문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군 사법체계에서 찾는 움직임과 논의는 그래서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현행 군 사법체계가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건 분명하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이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장·군단장은 군 검찰관과 재판장,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구속이나 기소 여부를 지휘·감독하며 판결이 난 이후에도 형을 깎아줄 수 있다. 부대에서 사고가 나면 지휘 책임을 지는 지휘관이 자신의 진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가급적이면 축소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진급에 목을 매는 장교나 간부, 통제된 시·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장병까지 공범이나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윤 일병 사건’을 의문사로 묻고, 구타 사망 사건으로 군이 발칵 뒤집힌 와중에 남모 상병이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앞으로도 ‘또 다른 윤 일병’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민주사법연석회의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앞에서 최근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인권침해와 범죄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사건의 은폐 조작과 유사사건 재발을 가능케 하는 폐쇄적 군 사법체계를 전면 개편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행DB)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들과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등 시민단체의 요구사항 등을 보면 개편 논의의 골자는 이미 나와 있다. 부대 지휘관의 군 검찰관과 판사에 대한 인사권, 일반 장교가 재판 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제도, 수사 단계에서 재판 결과 확인까지 부대 지휘관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관할관제도, 부대 지휘관이 감경권을 행사하는 관할관확인조치권 등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85개 사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 범죄의 85%에 달하는 일반 형사사건을 민간 사법체계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군 사법체계 개편은 새삼스럽게 대두한 사안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사법개혁위원회가 개혁안을 마련하고 국방부가 입법을 추진했으나 군 지휘부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2008년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바 있다. 군의 ‘셀프개혁’으로는 병영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은 윤 일병 사건이 밑바닥까지 보여주었다. 군을 위해서도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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