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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발탁하는 등 11개 부처 장관을 추가 내정했다. 이로써 닷새 전 발표된 6개 부처장을 포함해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조각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실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면서도 함께 일해 본 사람을 중용한다는 박 당선인의 용인술이 재확인됐다. 책임 총리제나 책임 장관제보다 박 당선인이 국정을 장악해 진두지휘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이 읽힌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3차례에 걸쳐 발표된 조각은 박 당선인이 밝힌 대탕평과 거리가 있다. 우선 지역적으로 호남의 경우 전남과 전북에서 각 1명씩 2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전북 고창 출신이지만 경기고를 나와 서울 용산에서만 3선의 국회의원을 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를 호남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는 반론을 감안하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유일하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역시 2명이 입각한 여성도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가 박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1명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사상 첫 과반 득표율을 올린 데다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지역이나 성별 등을 초월한 대탕평을 실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허사가 돼 버리고 말았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박근혜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경향신문DB)


절차적으로도 문제다. 새누리당은 오늘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박 당선인까지 개편안 처리에 협조해달라며 야당에 도움을 요청해 놓은 마당이다. 박 당선인은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조각을 강행한 것이다. 신설되지 않은 부총리와 조직법에도 없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내정한 셈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 무시다. 오늘도 개편안 처리가 불투명해서 서둘렀다고 둘러대는 모양인데 이제껏 뭐하다가 이제야 급해졌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이 또 미뤄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관을 임명해도 국가 보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최소 2주에 걸친 신원조회가 필요한 게 청와대 비서진 자리다.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다고 하나 새 정부 출범이 불과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절차와 내용은 조각의 핵심을 이루는 두 요소다. 이번 조각을 지켜보노라면 박 당선인은 절차에 있어 야당을 자신의 의중을 추인하는 들러리로 전락시켰고, 내용에 있어서도 ‘내 사람 내가 쓴다’는 오만과 불통의 면모를 드러냈다. 일련의 상황이 염려스러운 것은 박 당선인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예고하는 듯한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다. 대통령제 아래서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준비라면 당선인의 인사, 그것도 조각은 가급적 존중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이나 야당이 공감할 수 없는 불통이고, 오만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국정은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국민, 야당과 더불어 완성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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