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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우리 사회에 핵무장론, 핵주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우리도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핵무장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도 아닌 집권당의 대표나 중진들이 서슴없이 자극적인 말을 내뱉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정권교체기, 북한의 핵실험 등을 계기로 안보 포퓰리즘을 적극 부채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정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니 통일되면 그게 우리의 것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의 핵무장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이미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핵보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바 있다. 핵확산방지조약(NPT)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원전수출국으로서 매우 모범적인 평화적 핵이용 활동을 하고 있다. 핵물질 감소와 테러집단에의 악용을 막는 핵안보정상회의도 개최한 나라이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의 핵우산 정책 및 확장억지는 한반도의 현실적인 방위기능을 담보하고 있다. 항간의 주장이 진정한 애국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정권이양기를 앞둔 과도적 상황에서 숨은 의도가 있는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보수세력들은 대북강경정책, 한·미 전작권전환, 전술핵 재배치 등 온갖 안보 이슈를 뿜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북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DB)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좋아할 나라가 두 곳이 있다. 보수 우경화의 길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우리의 핵무장 소식은 가뭄에 단비 격이다. 북한에는 정말 떳떳하게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이어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을 더욱 자극하여 핵개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평화라는 것은 있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일단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된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군사적 비대칭성과 안보적 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관계자, 전문가, 동맹국 미국조차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핵무장론을 우리 정치권, 언론에서 부추겨서는 안된다. 지금은 오히려 실종된 대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지 각계각층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인수위는 정부에서 만들어오는 뻔한 보고서만 쳐다봐서는 안된다. 정부 관료들은 박 당선인의 얼굴만 쳐다봐서는 안된다. 언론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균형 있는 목소리를 새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박 당선인의 신뢰프로세스가 대북 유화책이 아니듯이 대북 강경책도 아니다. 북한의 핵포기만을 기다린다면 이명박 정부의 ‘선 핵포기, 후 남북관계’ 정책과 다를 바 없다. 북핵불용은 반드시 견지해야할 원칙이지만 핵보유국으로 한 발짝 다가간 ‘불편한 진실’을 전제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이 더 어렵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발의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4자회담’을 추진했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당장 4자회담이 어렵다면 ‘한·미·중 3자 협의체’를 빠르게 조직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오바마, 시진핑 라인’이 공통된 견해와 인식을 갖고 대북접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3자 협의를 향후 4자, 6자회담으로 연결시키는 ‘평화 대화 프로세스’를 정립하여야 한다. 작금의 핵무장론과 같은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소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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