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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김세윤 김정민 김주성 김현우 박지민 박태준 엄원상 오세훈 이강인 이광연 이규혁 이상준 이재익 이지솔 전세진 정호진 조영욱 최민수 최준 황태현 그리고 공오균 김대환 오성환 인창수 정정용. 

그들은 원팀(One Team)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다. 형은 동생을 믿고, 동생은 형을 따른다. 감독은 말한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즐겨라.” 믿음은 통합과 뒷심을 끌어냈다. ‘흥(興) 축구’는 압박을 잊게 하고, 그라운드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만들어냈다. 폴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그 무대이다. 원팀은 지더라도(포르투갈 0-1) 좌절하지 않았고, 질 것 같은 경기는 뒤집었으며(세네갈 3-3, 승부차기 3-2), 강팀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었고(아르헨티나 2-1, 에콰도르 1-0), 이겨야 할 팀(남아공 1-0, 일본 1-0)에는 어김없이 승리했다. ‘1983년 4강’을 넘어선 사상 첫 남자팀 FIFA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2일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정정용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기뻐하고 있다. 루블린 _ 연합뉴스

스무살 청년들의 도전이 놀랍다. 그들은 엄격함과 위계질서 속에 축구를 ‘전투’로 여기는 시대에 종언(終焉)을 고했다. 재미로 시작했고, 재기발랄함을 그라운드에 쏟아내는 축구를 한다. 4강전 승리 뒤 라커룸이 감독과 선수들의 막춤으로 뒤엉킨 ‘클럽’이 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율 속에 지키는 규칙은 확실했다. 위기는 잊고, 포기는 더더욱 없었다. 다 진 줄 알았던 세네갈전의 후반 연장 8분의 동점 극장골이 그랬고, 1·2번 키커가 거푸 실축한 승부차기에서 기어코 역전을 이뤄낸 것도 마찬가지였다. 포르투갈전 패배 때 고개를 숙이는 대신 “졌지만, 경기장 밖에서 응원해준 형들이 고맙다”는 청년들이다. 국민들에게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는 당찬 주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강인·오세훈·최준 등의 골과 절묘한 연결, ‘빛광연’으로 불리는 골키퍼 이광연의 선방쇼로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원팀의 승리는 ‘막말’과 망언이 난무하는 정치권에 질린 국민들에게 더없는 위로였다.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희망을 선물했다. 이제 원팀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하나만 남았다. 우승이다. 최선을 다한 그들이다. 내친김에 우승으로 열매 맺기를 간절히 기대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이미 그들은 자신들과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은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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