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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다 보면 욕설이나 막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할 수는 없다. 욕설과 막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깔아뭉개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맞댄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가 많은 사람의 면전에서 막말이나 욕설을 했다면 자신에게 그럴 만한 ‘힘’이 충분히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자’가 ‘강자’의 얼굴에 대고 욕설과 막말을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공동대변인 내정자가 그제 15명가량의 기자를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술잔이 한참 오간 뒤 김 내정자가 “내일 9시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을 한다” “박 후보가 정치하는 목적이 아버지 명예회복이 아니냐”고 말했고, 기자들은 이런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다. 조금 뒤 당에서 김 내정자에게 발언 내용을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에 화가 난 그는 “이 병X 같은 새X들아, 너희가 기자 맞냐, 너희가 대학 나온 새X들 맞냐” “너희가 보고하는 것은 우리에게 다 들어온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김 내정자는 당과 박 후보를 대변할 공인이다. 그가 만찬에 초청한 기자들은 소속 언론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저녁을 먹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결코 사적인 자리일 수 없다. 이 정도는 잘 알고 있을 김 내정자가 막말 파동을 일으킨 것은 평소 박 후보 ‘측근’으로 자처하며 기자들을 우습게 봤든지, 아니면 술에 취해 감정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당 대변인으로서는 낙제다. 그는 어제 “반성하고 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성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정치하는 목적” 운운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자들이 잘못 들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향신문DB)


당 대변인이 될 사람이 공식 임명도 되기 전에 당이 아니라 자신을 ‘대변’할 일부터 저질렀으니 자질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도 어제 황우여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 김 내정자의 임명안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사태 심각성을 인식한 듯 대변인직 사의를 표명했다. 당연한 귀결이다. 국민은 이미 김 내정자가 대변인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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