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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검법’을 수용했다. 특검법의 공정성 문제를 이유로 거부권 행사도 검토했던 이 대통령이 방향을 선회한 것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특검을 회피할 경우 의혹만 부풀릴 뿐이라는 판단과 ‘통큰 결단’을 촉구한 새누리당의 압박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직 대통령 가족이 특검의 심판대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매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속시원히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두가지 정도다. 먼저 사저·경호동 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아들 시형씨가 사저용 3필지를 공시지가보다 10%가량 싼 11억2000만원에 매입한 반면 경호처는 공시지가의 4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 대목이다. 시형씨가 부담액의 일부를 국가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일었으나 검찰은 그린벨트에 세워질 경호동의 지목이 나중에 대지로 바뀌면 땅값이 오르게 되니 미래 수익을 고려해 시형씨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이 듣기 어려운 얘기다. 사저를 시형씨 명의로 구입한 것이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수사 결론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시형씨가 구매자금 중 일부를 어머니 땅을 담보로 대출 받았으나 대출 명의가 본인인 데다 이자와 세금도 스스로 부담한 만큼 명의신탁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국회의장, 내곡동특별검사요청서 사인 (출처: 경향DB)


이번 특검은 사저부지 매입에 얽히고설킨 의혹 규명 외에도 오늘날 검찰의 모습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의혹 해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형씨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서면답변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를 끝냈다. 의혹을 규명하기보다 해명만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발자 7인을 전원 불기소 처분했다. 돌이켜 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특검의 성공을 위해 관련자들이 최대한 협조를 하는 게 제2, 제3의 의혹 제기를 막는 길이다. 특검 추천권을 가진 민주당은 객관적이고도 중립적 인사를 추천함으로써 정치적 시비의 고리를 차단하기 바란다. 이 대통령도 특검법을 수용한 만큼 협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 것을 두고 여야 간 정략적 합의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청와대 일각에선 위헌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데 안될 말이다. 이 대통령이 정녕 떳떳하다면 뭐가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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