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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협상 시점이) 7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북한 매체들도 1일 회담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며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대화를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이달 중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팀과 북한의 새로운 협상라인 간에 실무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개월 동안 교착에 빠져 있던 북·미 협상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6월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회동을 마친 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기남 기자

북·미 양측은 연내 합의를 목표로 실무합의가 이뤄지면 3차 정상회담을 열어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기로 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양측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교환 등을 규정한 싱가포르 합의 이행 방안과 인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신뢰 구축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후 평화체제 논의, 그리고 비핵화 순서로 가는 이른바 ‘단계적·동시적 이행방식’을 원한다. 반면 미국은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입체적으로 추진(동시적·병행적 이행)할 것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실무협의 성패의 관건은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북핵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 차가 내포돼 있다. 미국의 대선이 코앞에 닥친 것도 장애물이다. 북·미 모두 국내 요인을 감안할 때 대폭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이번 판문점 회동을 만들어낸 것은 양측이 인정한 ‘유연한 접근’이다. 북·미 모두 자기 방식만 고집한다면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북·미 실무협상팀은 유연한 태도로 양측 간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 북·미가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내실 있게 협상을 준비하는 일이다. 정상들이 어렵사리 살려낸 회담의 동력을 꺼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북·미 간에는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협상이 하루아침에 깨질 수 있다. ‘하노이 담판’ 때처럼 또다시 본회담에서 뒷걸음질 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북·미 협상에서 칼날을 잡은 쪽은 역시 북한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제안에 전격적으로 응한 것은 협상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북한이 과거 벼랑 끝 전술과 다른 셈법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미국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접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미 모두 냉철한 자세로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담대한 접근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양측의 실무협상을 추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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