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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북한 어선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 당국의 최초 발표와 달리 육·해군의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의 ‘허위보고·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휘 책임을 물어 박한기 합참의장 등은 엄중 경고, 육군 8군단장은 보직 해임했다. 또 현장 경계에 실패한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해경정이 15일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어선을 예인하고 있다. 독자제공

사건 발생 당시 군 당국은 “(어선을 탐지하지는 못했지만) 경계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고, 어선을 발견한 곳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의 어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장면을 육군 해안 초소 감시장비와 해경·해수청·수협 등의 CCTV가 촬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역 방어를 책임진 육군 23사단은 어선의 입항을 확인, 예인한 동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최초 상황을 통보받지 못했다. 육군과 해군, 해경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못하고 따로 대응한 것이다. 정부 조사단이 경계 근무의 허점을 확인한 것은 온당하고, 또한 잘한 일로 평가한다. 하지만 군 당국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발표에는 의문이 든다.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한 것을 군인들의 평소 언어 습관 탓으로 돌린 점부터 그렇다. 북한 어선이 항구에 입항해 주민에게 휴대폰까지 빌린 상황과 ‘항구 인근’에서 배를 발견한 것의 차이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 초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설명도 군색하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국방부와 합참의 지휘부가 오판했거나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는 여러모로 아쉽다. 그 내용이 지난주부터 언론이 익히 예상한 대로인 데다 국무총리실이 갑자기 발표 주체로 나선 것도 어색했다. 국방부가 ‘셀프 조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졸속 추진했다고 출입기자단이 항의할 정도이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도 징계 조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누군가가 책임질 일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야당들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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