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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을 대신할 보수 쪽 대선주자로 나설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인지 그의 언행 하나하나가 주시의 대상이다. 그는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에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즉시 대처하지 못하는 등 국정공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거부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시민을 대신해 의원들과 벌이는 현안 질의응답을 시간 낭비로 인식했다면,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니면 국정농단 사태,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 등 곤혹스러운 질문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권한대행으로서 직무 시간이 필요하다면 국회와 논의해 출석 시간을 줄이는 등 얼마든지 협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 권한대행은 오전에 ‘본인 명의’로 유감을 표명하는 보도참고 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다 불출석 사유가 스스로의 판단에도 군색했는지 오후에 ‘국무총리실 입장’으로 격상한 자료를 내면서 “위기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처하기 어려워지는 등 안보 공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안보를 끼워 넣었다. 그럼 최근 전통시장, 코리아그랜드세일 현장 등을 방문하고 전남대 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위기 상황이 벌어져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로 가려면 세종시 총리 집무실보다 서울 국회에 있는 게 낫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그렇잖아도 새누리당은 노골적으로 황 권한대행 띄우기에 나섰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권한대행이) 대선후보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10% 남짓 여론조사로 나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완수 비대위원도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이 깨끗한 이미지의 정치인을 찾고 있다”며 “황교안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때 밖으로 돌면서 가고 싶은 행사장만을 찾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면 보수층을 겨냥한 대선 정지 작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권한대행 자리는 대선으로 가는 꽃마차가 아니다. 만에 하나 대선 출마를 꿈꾼다면 삼가야 한다. 탄핵 결정이 났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마선언하는 불행한 일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황 권한대행은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신분을 잊고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음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터럭만 한 오해라도 받을 행보라면 스스로 조심하고 피할 일이다. 끝까지 자신의 직분에 전념할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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