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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부가 주한미군에 소속되어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오는 4월1일부로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일찍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무급휴직 시 60일 전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 것뿐이라고 했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방침을 알린 것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로 잡아서라도 더 많은 방위비를 받아내겠다는 미국의 발상이 참으로 치졸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1월 30일 (출처:경향신문DB)

미국은 협상 초기 한국에 종전보다 5배나 많은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요구한 이래 한국을 줄곧 압박하고 있다. 양국 대표단이 그동안 협상을 통해 이견을 꽤 좁혔다고 하지만 미국은 지금도 분담금 증액의 기본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협상에서도 종전까지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하지 않던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과 역외훈련 비용까지 지불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월 내 타결을 목표로 양국이 막판 협상에 나선 이때에 주한미군이 소속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 조치를 꺼내들었다. 어떻게든 한국을 상대로 대폭 증액된 분담금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뜻이 보인다. 문제는 이런 무지막지한 협상의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고집하니 국무·국방장관은 물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이 한국을 압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미 사이에 동맹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과연 협상의 일반적인 원칙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미국 내에서도 터무니없는 방위비 증액 요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28일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과 군사위 간사인 잭 리드 의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과도한 증액 요구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는 이들의 경고를 트럼프 행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 정부는 틈만 나면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금 한·미 동맹을 악화시키는 것이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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