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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6000여명으로 2003년 중국인 사스 환자 수를 넘어섰다. 가파른 사망자 증가세 역시 꺾일 기미가 없다. 독일·일본·베트남 등에서는 중국 체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신종 코로나 증상이 확인돼 2차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 27일 4번째 환자 발생 이후 더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2차 감염자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확진자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유증상자들에 대한 검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2차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1월29일 (출처:경향신문DB)

정부는 30일과 31일 중국 우한에 전세기를 투입해 교민과 유학생 700여명을 귀국시킬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 방역이 또 한차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신종 코로나의 감염 피크는 오지 않았다. 최소한 1~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된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미덥지 않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다소 혼선을 빚는가 하면, 부처 간 불협화음도 들린다. 우한 교민 이송 과정에서 유증상자 탑승 여부를 놓고 외교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게 대표적 사례다. 당초 천안으로 예정됐던 입국 교민 격리시설은 지역 주민의 반발로 우여곡절 끝에 아산과 진천으로 결정됐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검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탓이 크다. 검역 선진화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검역법 개정안’ 제정이 시급하다. 현재의 검역법은 선박·물류에서 항공기·승객으로, 콜레라와 같은 세균성감염병에서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 또 검역 인프라의 첨단화, 검역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도 법적인 어려움이 많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29일 신종 코로나 특별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방역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가 진정 감염병을 우려한다면 검역법 개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비롯한 공공의료 시설의 확충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여야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모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추진된 곳은 호남권역 전문병원 1곳뿐이다. 그나마 병원 가동은 2022년에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고사하고 공공병원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전체의 6%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전염병과 같은 긴급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우한의 교민이 병원이 아닌 공공시설에서 방역 조치를 받는 것은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준비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이참에 법령과 시설 등의 검역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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