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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허위광고 기업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지도 않고 사실상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이하 공정위TF)는 19일 “지난해 공정위가 실체적이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일부 잘못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무해 제품’이라며 판매한 것이 ‘기만적인 광고’인지 조사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공정위의 심사지원 담당자는 피해를 인정한 환경부의 자료를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깜깜이 심사’를 한 것이다. 게다가 심사위원들은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연구내용을 알지도 못하면서 ‘환경부의 위해성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는 것이다. 공정위TF는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공정위에 권고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공정위TF의 조사도 허점투성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SK케미칼과 애경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 각각 250억원, 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한 전원회의가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당시 위원장이 묵살해 소회의로 넘겼다고 한다. 소회의는 특별히 법률상 잘못이 없으면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채택하는 관례를 깨고, 판단을 유보하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업체에 무혐의 결정을 내린 뒤 내부에서 다시 심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또다시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들에 대해 공정위TF는 일언반구의 지적도 없다.

이번 공정위TF는 구성원 절반 이상이 공정위 출신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쪽짜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조직의 대표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장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부실심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가습기 살균제 기업을 재조사해 법적 조치를 하는 것만이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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