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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성균관대 총동창회가 시상하는 ‘2018년 자랑스러운 성균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일부 재학생 및 동문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성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성대 총동창회는 “황교안 동문은 명망이 있고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 모교의 명예를 드높인 점이 인정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동문은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입장문을 내고 동문들을 상대로 온라인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책임자로 사전에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 4개월여간 대통령 권한대행 재임 중엔 이를 덮고 비호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촛불시민들은 친박세력과 함께 그를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부역자로 지목했다. 그런데도 성대 총동창회는 정말 그가 그렇게도 자랑스러운가.

연말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자랑스러운 무슨 동문상에 아무개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수상자는 대부분 장관이나 중견 정치인, 대기업 경영인, 언론사 간부 등 유명인사 일색이다. 이른바 세속적인 개념에서 출세한 사람들이다. 이런 상의 공통점은 업무 수행 성과나 도덕성, 사회적 기여 등은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 이화여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에게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여했다. ‘내조의 리더십’이라는 명분이었다. 2010년 연세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부숴 물의를 빚은 대표적인 극우인사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모교를 빛낸 동문에게 상을 주고 치하하는 건 당연하고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사회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이가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을 주며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윤리·도덕관과는 다른 동문회의 윤리·도덕관이 따로 있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아닌데도 동문들의 존경과 감사가 담긴 상이 사회적 존경과 배치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는 사람도 자랑스럽고 받는 사람도 떳떳한 동문회상이 그렇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총동창회의 패거리문화, 학연·학벌 문화가 낳은 부조리가 곧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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