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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박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지난 16일 귀국했다. 기자폭행, 의전 ‘홀대론’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선 ‘실패한 외교’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합의된 내용을 결산해보면 성과가 컸던 실리외교로 평가된다. 특히 중국 권력서열 2위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가 양국 경제채널의 복원을 선언한 것은 큰 성과다.

리 총리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경제·무역 부처 간 소통채널이 정지된 상태임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양국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한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이유로 가했던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리 총리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고리로 관광교류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베이징대학 연설에 앞서 한·중 국기를 들고 환영나온 재학생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국 청년들은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를 좋아한다. 쓰촨요리 마라탕이 새로운 유행”이라고 하자 재학생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베이징대 연설엔 사전 신청자 약 300명이 참석했고, 30여분의 연설 중 14차례 박수가 나왔고 마지막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방중에 맞춰 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내년 초에 개시하기로 한 것도 ‘사드 보복’의 재발방지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한다.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현재 한·중 FTA는 서비스 분야에서 상대국에 ‘최혜국 대우’를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금지 같은 보복조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물론 FTA 협상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고, 중국 체제의 성격도 감안해야겠지만 양국관계의 부침이 경제에 영향을 덜 미치는 시스템을 구축할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사드 갈등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이던 양국관계 복원에 물꼬를 텄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 지난 1년 반의 사드 갈등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만 떠올리기 쉽지만 시진핑 주석이 직접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면서 반대해온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중국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점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실패한 외교’로 규정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보수세력은 시 주석과 합의한 한반도 평화 4대 원칙이 중국의 기존 입장의 반복에 불과하다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한 것이 대북 군사옵션 카드의 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전쟁위기가 고조돼도 상관없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과 보수세력은 당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토대로 방중결과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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