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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해마다 민간 보안업체에 수억원씩 주고 사이버 위협·보안 정보를 구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버전쟁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먼저 사이버 위협을 파악해 대응해야 할 사이버사가 도리어 핵심 역량을 민간 보안업체에 의존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경향신문의 취재로 들춰진 사이버사의 실태는 무능, 무책임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사이버사는 매해 약 2억원의 돈을 지불해가며 민간업체로부터 유해 IP 및 도메인 정보조회 서비스와 주요 국가 해킹조직 동향, 악성코드 샘플 등을 제공받고 있다고 한다. 구매하는 보안정보도 갈수록 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사이버 위협정보를 담당하는 요원 상당수가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을 했거나 댓글부대를 운영하기 위해 새로 선발한 심리전 요원들이라는 점이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민간업체로부터 사이버 보안정보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군의 전산망이 대대적으로 해킹당하는 등 보안에 허점을 보인 게 비로소 이해가 된다.

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대장(가운데)이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구나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사이버 공간에서 불법 댓글을 달아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처벌받기는커녕 사이버사에 그대로 배치돼 승진까지 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막는다는 구실 아래 엉뚱한 짓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무능을 넘어선 시민에 대한 도전이요, 배신이자 묵과할 수 없는 군의 적폐가 아닐 수 없다.

현대전에서 사이버전투의 비중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불법 댓글이나 달던 심리전 요원들이 수행할 수 있는 사이버전이 아니다. 군이 이런 사람들을 보안 업무에 배치한 것은 애초부터 사이버전을 수행할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사이버사를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도록 재창설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보기술(IT) 전문가를 대거 확충하는 것은 물론 댓글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책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박찬주 전 육군제2작전사령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을 계기로 유사한 사례가 잇달아 폭로되고 있다. 위로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방위산업 정책에서, 아래로는 최일선 부대의 인사 운영까지 군내 부조리가 얼마나 뿌리 깊게 만연해 있는지 드러났다. 어제 군 수뇌부를 대폭 교체하는 인사가 있었다. 군의 기득권 세력인 육군, 육사 출신 일색의 과거 지휘부를 상당 부분 탈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새 지휘부는 어떤 기득권과도 타협하지 말고 과감하고도 지속적으로 군을 바꿔 놓는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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