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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19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6선의 강창희 의원(대전 중구)을 선출했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강 의원은 오는 5일 국회 개원식과 함께 수장 자리에 올라 19대 국회의 전반기 2년을 이끌게 된다. 강 후보자는 친박 색채가 짙어 4·11 총선 후보 등록 때부터 의장 물망에 오른 인사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국회의장과 대표, 원내대표를 모두 친박인사들이 맡는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으로의 탈바꿈을 완료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강 후보에게 축하를 보내야겠지만 그가 안고 있는 여러 약점과 한계로 19대 국회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새누리 국회의장 후보에 강창희 의원 (경향신문DB)
19대 국회의 의미는 참으로 각별하다. ‘국회 선진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력과 날치기로 점철된 18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힘에 의한 국회 운영을 실질적으로 끝내야 한다. 일각에선 쟁점법안의 경우 절대과반(5분의 3)이 동의하지 않으면 처리가 불가능하다며 ‘식물국회’ 운운하지만 단견이다. 민주주의에서 대화와 타협을 이길 수 있는 왕도는 없다. 정작 연말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은 19대 국회를 초반부터 대화와 타협보다 대결과 투쟁으로 이끌 공산이 크다. 통합진보당 경쟁 부문 비례대표 후보자의 부정경선으로 촉발된 통진당 사태에 대한 국회 차원의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을 수 없는 산들이다.
특히 강 후보는 군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으로 5공 인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게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정권 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체제 정비에 나선 상황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강 후보의 전력은 분명 걸림돌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의 군 생활이나 정치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밝힐 정도로 5공 향수가 짙은 인사다. 더구나 그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자문그룹으로 군사정권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7인회’ 멤버다. 우리가 앞서 그의 국회의장 선출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의 대권 가도를 위해 충청표를 모아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도 거슬린다. 당을 떠난 무소속 입장에서 초당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해야 하는 국회의장 후보자가 할 소리가 아니라고 본다.
국회의장은 권력 서열 2위라는 위계를 넘어 국회의 위상을 상징하는 자리다. 국회 선진화를 운위하는 마당에 국회를 통법부로 방치하느냐,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느냐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국회를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곧추세우는 일을 넘어서는 선진화는 없다. 그런 중차대한 임무를 떠맡으려면 우선 논란 많은 과거와 결별해야 한다. 의장이 된 뒤에도 7인회 주변을 얼쩡거리거나 5공 향수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자신의 명예실추는 물론이고, 국회를 모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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