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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실상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현 서울고검 검사)을 불러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장 비서관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 용으로 5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김 전 비서관은 불법사찰 1차 수사 당시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장 비서관과 김 전 비서관을 비공개 조사하는 특별대우를 베풀더니 “민정수석실 관계자에 대한 소환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은폐조작 당시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은 조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2년 3월 21일 (경향신문DB)



지난 3월 중순부터 재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불법사찰을 담당한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사이의 연결고리는 포착했지만 그 ‘윗선’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이상으로 수사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재수사 착수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료 삭제에 관한 모든 문제는 내가 몸통”이라고 주장한 장본인이다. 검찰 수사는 이 전 비서관의 ‘자백’ 이후 한 발짝도 진전된 게 없는 셈이다. 도대체 검찰은 70여일 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검찰이 헛심만 쓴 이유는 삼척동자도 알 만하다. 자신들의 보스인 권재진 장관을 감싸고,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하지만 곳곳에서 쏟아지는 증거들을 모조리 묻을 수는 없을 터이다. ‘VIP(대통령)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비선 친위조직’이 불법사찰을 총괄지휘했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이 공개된 데 이어 ‘사찰 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청와대 최고위층’에 전달됐다는 정황까지 드러나지 않았는가.


우리는 수사팀을 향해 ‘현직 법무장관도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비상한 각오를 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짓밟고 주특기인 꼬리 자르기에 나선 듯하다. 일개 고용노사비서관이 국기문란 범죄의 몸통이라는, 그야말로 ‘소도 웃을’ 수사 결과를 내놓을 모양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는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별검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짜 몸통’을 찾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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