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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택 울산지검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e메일을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보냈다. 송 지검장은 “지금 논의 중인 법안들은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수사를 어떻게 개혁할지는 덮어버리고,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엉뚱한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논의가 옮겨간 것은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된다. 검사장도 차관급 대우를 받아왔으나 근거 없는 관행일 뿐이다. 반면 국회의원은 주권자의 대표이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검사 2200여명 중 1인에 불과한 ‘행정부 소속 공직자’가 입법권과 관련된 ‘단체 메일’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더욱이 문무일 검찰총장이 몇 차례 견해를 밝힌 바 있고, 청와대와 정부·여당도 검찰 입장을 존중해 경찰개혁안을 내놓은 터다. 공식 통로를 통해 의견이 개진·수렴되고 있는데도 검사장급 간부가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송 지검장이 발송한 e메일의 제목은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다. 그는 “진상을 잘 모르시는 국민께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게 죄가 되는 것 같다” “법과 원칙에 따라 내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놔둔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반성하고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인다면, 평소 검찰에 대해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계몽 대상으로 여기고, 정치권을 향해 양심고백을 촉구하는 게 ‘건의’인가. 검찰총장 임면절차 개선, 총장 지휘권 제한, 수사정보 보고시스템 개선 등 송 지검장 제안에 귀 기울일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논의가 제기된 배경에 대한 본질적 성찰 없이 지엽적 개선을 꾀해봐야 무의미할 따름이다. 송 지검장의 글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드러낸다.

검찰의 전 구성원이 명심할 게 있다. 첫째, 검찰은 개혁의 대상일 뿐, 주체가 아니다. 둘째, 입법은 주권자의 대표인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몰라서 딴죽을 건다면 무지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오만이다. 시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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