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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비선라인 ‘만만회’를 통해 인사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비선 접촉 의혹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의 기소도 임박했다고 한다. 박 의원과 가토 지국장을 고소·고발한 당사자는 보수단체이지만, 명예훼손죄는 피해자 뜻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검찰의 행보는 청와대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심기 경호용 수사’라는 논란이 이는 이유다.

만만회 의혹의 핵심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 동생 지만씨, 박 대통령의 전 보좌관 정윤회씨 등 3명이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국정을 농단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의원 공소장에서 “박지만·정윤회씨는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로서 국정 관여 사실이 없다”고 적시했다. 박 의원은 3인의 실명을 언급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쓴 뒤 고발당해 18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일본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이 점심 시간 휴식을 취한 뒤 검찰 건물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고위공직 인사는 정권 핵심부에서도 극소수만 관여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공직이 없는 일반인이니 국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순진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수사 과정도 부실했다. 검찰은 정씨를 단 한 번 소환했는데 다른 고소·고발사건까지 묶어 조사했다. 박지만씨와 이 비서관은 소환조차 않고 우편조사 등으로 대신했다. 무엇보다 3인은 비선으로 지목된 당사자다. 설사 국정에 관여했다 한들 ‘자백’하겠는가. 비선 개입 여부는 대통령만이 답할 수 있는 문제다.

가토 지국장 사건 역시 짚어야 할 부분이 많다. 산케이 보도는 분명 무책임했다. 근거라고는 조선일보 칼럼과 증권가 정보지뿐이니, 제대로 된 기사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외 언론사 기자를 출국금지까지 해가며 몰아붙이는 건 과잉수사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음란 지검장’ 사건이 터지자 검찰 일부에선 “검찰 역사상 최대 치욕”이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차라리 그건 개인적 일탈로 돌릴 여지가 있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야당 의원 입에 재갈 물리고 외국 기자를 기소하는 게 더 큰 치욕이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에 파견갔다 온 검사들을 핵심 보직으로 영전시켰다. 검찰청법을 사실상 위반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김진태 검찰’은 갈수록 뻔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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