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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어제 단식을 중단했다. 45일 만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4일 단식에 돌입한 김씨는 병원 이송 후에도 식사를 거부해왔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남은 딸 유나양과 노모의 눈물 어린 호소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김씨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게 답을 내놓을 때다.

김씨는 목숨 건 단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던 시민들의 양심을 다시 깨웠다. 그의 아픔에 공감한 수만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혹은 각자의 일터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위로하는 장면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가족 뜻과 동떨어진 여야의 특별법 합의가 무산된 것도 김씨 단식의 영향이 컸다.


김씨의 싸움은 그러나 공동체의 부끄러운 민낯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치의 역할은 국가와 시민이 단절될 때 그 간격을 메우고 소통을 돕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45일 동안 ‘부재중’이었다. 김씨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특별법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진상 규명에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던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김씨에게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대통령은 대신 영화와 뮤지컬을 보고, 자갈치시장과 태릉선수촌에 갔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며 야당 뒤편에 숨어 있다가 뒤늦게 떠밀리다시피 세월호 가족과 마주 앉았다. 가족 뜻을 대변하겠다던 야당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들만의 합의’를 들고 돌아왔다. 이제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조차 힘든 ‘잉여정당’ 처지로 전락했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46일째 단식 중단을 선언한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 동부병원 병실에서 김영오 씨가 병문안을 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치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일부 언론과 누리꾼은 김씨가 이혼했다는 등의 이유로 ‘아빠 자격’을 문제 삼는 등 악의적 비방을 일삼았다. 유나양이 인터뷰를 통해 해명한 뒤에도 악성 루머와 왜곡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딸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양육비 통장 사본까지 공개해야 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아비가 ‘2차 가해’에까지 맞서야 하다니, 이 사회의 야만성에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다.

김씨는 “몸을 추스르면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가 싸울 것”이라고 했다. 그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또다시 농성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터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라도 세월호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의 아픔을 감싸안기 바란다. 새누리당도 담대한 태도로 특별법 협상에 임해 조기에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깊이 자성하고 야당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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