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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봉합되는가 싶으면 다시 격화되고, 화합을 외치다가 돌아서면 등에 칼을 꽂고…. KB금융 최고경영자인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수만명의 직원, 수백만명의 고객을 둔 최고경영자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 이들의 추한 권력다툼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 건지 참담하다.

보도에 따르면 이 행장은 엊그제 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KB지주 최고정보책임자인 김재열 전무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무 등은 임 회장 측 인물이다. 5월 초 금융감독원에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검사를 요청한 사안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결론이 나오자 다시 사법당국에 검사를 요청한 것이다. 끝까지 문제를 파헤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사내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앞줄 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앞줄 오른쪽) 등 KB금융 계열사 임원들이 지난 22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의 사찰 체험 프로그램(템플스테이)에 참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 기막힌 것은 지난주 제재심의위 결론이 나던 날 벌어진 풍경이다. 당시 KB금융은 경기 가평 백련사에서 임 회장, 이 행장은 물론 모든 경영자와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화합을 도모한다는 자리였다. 하지만 임 회장에게는 독방이, 나머지에게는 한 방이 숙소로 배정되면서 사달이 났다. 이 행장은 화합을 얘기하면서 회장만 독방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결국 한밤중에 짐을 쌌다. 예우 차별에 대한 불편함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행장이 귀경한 뒤 머쓱해진 임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과 같은 방을 썼다고 한다. 산사의 숙소 배정을 놓고 한밤중에 벌인 저급한 행동에 말문이 막힌다. KB 내에서는 현재 임 회장과 이 행장 지지파들이 양분된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두 경영자의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각기 다른 권력의 끈을 잡고 내려온 낙하산들이 권력 확대를 위해 벌이는 꼴사나운 모습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의 결정이 주전산기 교체 외압 등 그동안 KB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 추궁이라는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책임 회피를 위한 로비싸움으로 변질돼 결국 흥정과 야합으로 끝난 것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것은 금융관치의 지배력만 더욱 공고히 하고 해당 금융사 구성원은 물론 금융 소비자에게 피해만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두 사람을 당장 물러나게 하는 것 외에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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