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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을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홍 지사의 다른 측근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핵심 측근들도 차례로 부를 것이라고 한다. 당사자인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소환 역시 임박한 형국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3주일 만에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는 듯하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순항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홍 지사는 어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번에는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검찰 수사를 바둑의 패싸움에 비유하며 자신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홍 지사는 그동안 “성 전 회장의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등 여론전을 펴왔다. 앞서 주변 인사들이 윤승모씨와 접촉해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을 땐 “회유 운운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도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홍 지사의 행태에선 방어권 행사 수준을 넘어선 오만함이 감지된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일 경남도청에 출근해 기자들에게 “이제는 수사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역시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이름 석 자가 (리스트에) 올랐다고 자리를 내려놓기에는 제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가 더 깨끗하고 투명한 나라로 거듭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현직을 유지할 경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 터에 개인의 ‘자존심’을 방패막이 삼거나 ‘깨끗하고 투명한 나라’ 운운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인가.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인 고위 공직자들이 이렇게 당당한 나라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결국 검찰의 역할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함에 따라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터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까지 겹친 이번 사건은 선거가 끝났다고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검찰은 오로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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