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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천천히 더 내고 천천히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인 기여율을 현재 7%에서 향후 5년 동안 9%까지 순차적으로 올리고,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현재 1.9%에서 향후 20년간 1.7%로 단계적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월 3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이 30년 근무한 경우 보험료는 월 6만원을 지금보다 더 내고, 연금은 월 18만원 적게 받게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과의 통합 등 구조 개혁이 아니라 현재 틀을 유지한 채 수치만 조정하는 모수 개혁으로 흐르면서 애초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다. 기여율 등의 조정도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라는 목표에 비춰 상당히 미흡하다. 연금의 적자 운용을 막고 세금 보전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기여율은 10%, 지급률은 1.65%가 돼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개혁을 통해 330조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매년 2조원을 세금에서 대주는 비정상적인 연금 운용 현실을 당장 정상화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기여율 인상과 지급률 인하 조치도 당장 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시행하겠다는 것이니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반쪽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최종 합의되고 6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남겨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 (출처 : 경향DB)


하위직이 고위직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소득재분배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하는 등 눈에 띄는 내용도 있으나 비판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도 의미가 크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어 빛이 바랜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을 두고 국민적 토론과 협상을 통해 도출해야 할 공무원연금 개혁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졸속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명심할 것은 아무리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하더라도 그것이 공적 연금의 본디 기능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손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이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연금 개혁의 정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달리 퇴직금이 없는 공무원은 이 점을 특히 중시해야 한다. 이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기여율 인상 및 지급률 인하의 폭과 시기 문제는 연금의 수지 개선이나 재정절감 차원에서만 조정하기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료를 얼마나 더 많이 걷고 연금을 얼마나 덜 지급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답은 없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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