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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이버공간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에 강경 방침을 천명했다. 허위사실 유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고, 확산·전달자까지 예외 없이 엄벌키로 했다. 대검찰청은 그제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경찰청과 인터넷 포털업체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사이버상에서 아니면 말고 식 폭로성 발언이 사회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청와대의 칼’을 자청하고 나선 검찰의 모습에 아연할 뿐이다.

검찰 발표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되는 내용은 ‘선제적 대응’이다. 검찰은 “개별 피해자의 권리구제 요청에 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주요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을 담은 게시물을 발견하면 피해자의 진정이나 고소 같은 조치가 없어도 ‘알아서’ 삭제하겠다는 취지다. 말이 좋아 ‘모니터링’이지 헌법이 금지한 ‘검열’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검찰은 대통령 뜻이라면 헌법 위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건가. 시민의 입만 막을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 따위야 상관없다는 건가.

[김용민의 그림마당 ] 2014년 9월 17일 (출처 : 경향DB)


검찰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하명수사를 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두고 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유병언씨 체포작전에 집중했지만 돌아온 것은 유씨 시신뿐이었다. 이제는 ‘사이버공간의 유병언’을 찾아내는 식으로 방향을 튼 형국이다. 검찰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설치해 검사 5명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최근 “업무량 증가에 비해 검사 수가 부족하다”며 검사 증원 필요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김 총장이 현실을 몰랐거나 거짓말을 한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는 현실공간에서든 사이버공간에서든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 일부 폐해가 있더라도 무조건 형사처벌하기보다 시민의 양식과 사회적 합의라는 자정 기능에 맡기는 편이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길이다.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관련 보도를 보라.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이 기사가 제대로 된 기사가 아님을 안다. 가토 지국장을 법정에 세우는 게 오히려 한국 검찰과 정부의 수준을 추락시키는 일이다. 지금 도를 넘은 것은 대통령 모독이 아니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대통령 눈치 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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