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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실종·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가 어제 총회를 열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유가족 5명이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데 책임을 지고 집행부 전원이 사퇴한 데 따른 조치다. 사건의 진상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경위야 어찌됐든 폭력행위에 연루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 특별법 제정운동을 벌여온 시민들마저 크게 실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건 관련자들은 깊이 자성하고 자숙해야 마땅하다.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그러나 이번 사건과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를 연계시키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 역시 비판한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었거나 아직도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304명에 이른다. 부모와 형제자매 등 직계가족만 1000명은 넘을 터이다. 이들 가운데 극소수가 폭력사건에 관련됐다고 가족 전체가 합의해 추진해온 사안을 공격하는 일은 난센스 중 난센스다. 국회의원 300명 중 1~2명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국회 차원에서 합의했던 사안을 없던 일로 돌려야 하나. 도대체 이런 비합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폭행사건은 폭행사건대로 엄정하게 수사하고, 특별법은 특별법대로 상식과 정의에 맞게 만들면 된다. 둘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참석한 각계 대표들이 19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 대표자회의 열고 대통령 특별법 관련 발언 입장과 향후 활동계획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세월호 희생자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크게 실수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두 번 다시 이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들에겐 위로가 필요합니다. 손 놓지 말고 잡아주세요.” 시간이 흐르며 잊혀져가고 있지만, 세월호 가족은 상상조차 힘든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다. 사랑하는 혈육을 잃은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폭식투쟁 같은 ‘2차 가해’까지 당하는 터다. 일부의 실수가 있었다고 이들을 외면해선 안된다. 끔찍한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보듬어야 한다. 그게 사람 사는 공동체의 도리다.
어제 선출된 가족대책위 집행부에도 당부한다. 5개월이 넘도록 진상규명이 지연되는 데 대한 조바심과 답답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월호 가족의 모든 행동이 이해받을 수는 없다. 아직 길고 험한 도정이 남아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인내가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도 새 집행부 출범을 계기로 가족들의 뜻에 부합하는 특별법 제정 작업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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