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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981년 출범 후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도 고발하지 않는 등 관련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정위 간부들이 대기업 취업 특혜를 받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지만 공정 시장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공정위가 대기업 봐주기와 불법취업 혐의로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참담한 일이다. 공정위가 부실조사와 늑장조사 등으로 대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확인된 주식매각 축소사건 등 최근에 확인된 사안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불공정거래를 아무리 호소해도 시간을 끌다 결국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심사 종료 결정을 내린 것도 부지기수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이 퇴직 후 업무 유관 이익단체 등에 취업 특혜를 받은 정황 등을 포착한 검찰이 20일 세종시 공정위 기업집단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직원들이 심각한 모습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한 검찰과 공정위 간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 소관 법률을 위반한 기업들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뒤 가맹·유통·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은 폐지됐지만 최대 쟁점인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의 경우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대립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독점적 권한을 내려놓는 데 인색했던 공정위가 자초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점, 담합,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주요 3개 분야를 공정위만이 전담하는 현재의 조직체계가 비효율과 부패의 원인”이라는 참여연대의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가 신뢰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검찰의 공정수사 못지않게 공정위 스스로도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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