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부가 오는 4월부터 4대강의 16개보를 연중 방류해서 보의 수위를 낮추기로 방침을 세웠다. 보의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없는 수위)까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4대강 16개보의 수위는 1~3m 정도 낮아진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론인 ‘물그릇론’이 완전 실패로 돌아갔음을 뒤늦게 자인한 꼴이다.

이미 2013년 감사원까지 나서 지적했듯 물을 그릇에 가득 채워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수질까지 개선한다는 등의 정부 주장은 공염불로 판명된 바 있다. 특히 4대강의 수질은 물고기조차 살기 힘든 ‘녹조라떼’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급증하고 용존산소가 고갈되어 물고기의 씨가 말라가고 식수 사용도 위태로워졌다. 하천이 생태계가 절멸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보에 가뒀던 물을 일시·반복적으로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펄스 방류가 시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방류가 끝나자 곧 ‘녹조라떼’로 회귀했다. 갑작스럽게 찔끔찔끔 방류하는 바람에 오히려 강바닥 침전물이 수중에 공급돼 남조류의 번식을 도왔다. 결국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강을 막아놓은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돌이켜보면 4대강 사업이 완공된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년여의 세월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평범한 속담을 확인하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이런 허무맹랑한 사업에 22조원의 예산을 썼고, 해마다 수천억원의 유지·관리비를 시민의 혈세로 내는 지경에 빠졌다. 그럼에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이가 없다. 외려 4대강 사업 유공자로 인정받아 훈포장을 받은 사람이 1152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냥 뼈아픈 교훈으로 삼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대가이다.

4대강보 개방 확대라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물을 가둬놓고는 4대강 수질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마지못해 인정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방침도 물을 빼냈다 다시 채우는 식의 임시방편이라는 점에서 근본해결책은 아니다. 보가 존재하는 한 물의 흐름은 제한을 받고 녹조와 수질악화를 피할 수 없다. 당연히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 보의 완전철거 여부도 공론에 부칠 때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추진세력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