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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환경·시민단체 80곳과 원전 근처 주민 등 2100여명의 국민소송단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수명연장 무효 소송에서 국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5년 2월27일 원안위가 수백만 시민의 안전을 경시한 채 기습 표결 처리한 지 2년 만의 사필귀정이다. 재판부는 운영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운영변경 허가를 과장 전결로 처리한 점, 결격사유가 있는 원안위 멤버가 두 명이나 의결에 참여한 점, 월성 2호기에 적용한 캐나다의 최신 안전기준을 1호기에는 적용하지 않은 점 등을 취소 사유로 모두 인정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월성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결정은 위법하다며 취소하라는 판결이 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확인 국민소송대리인단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확인했듯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참화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것도 30년 수명이 다 된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는 일을 이렇게 남이 볼세라 얼렁뚱땅 처리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수백만 주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의 안전성 평가서는 철저히 비공개됐다. 이른바 원전마피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고 김영한 청와대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2014년 6월17일자)에는 ‘월성 1호기-수명 10년 연장’ 메모가 적혀 있었다. 8개월 후 수명연장을 결정한 당일 원안위원들에게 ‘오늘 통과시킬 것’이라는 청와대 전화가 걸려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른바 원전마피아와 청와대의 입김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 판결은 이제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원전 문제를 더는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줄이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정부는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고, 고리 5·6호기까지 신설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좁은 국토에 원전만 30기가 가동될 계획이니 가히 원전지뢰밭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경주를 중심으로 570차례가 넘는 지진이 일어났다. 0.68기가와트에 불과한 월성원전 1호기가 당장 폐로되더라도 전력수급에는 영향이 없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월성 1호기를 폐기하는 절차를 즉각 밟아야 한다. 이번 판결을 원전정책을 바꿔 탈원전국가로 가는 첫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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