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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이 드러나고 있다. 송 전 수석이 수석비서관으로 내정되기 사흘 전에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고, 청와대 재직 중에 입건됐으며, 최근에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밝혀졌다. 송 전 수석의 돌연한 사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청와대는 의혹이 증폭되자 어제 ‘설명 자료’를 내고 경위를 밝혔다. 민정수석실에서 지난 19일에야 송 전 수석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것을 알게 되어 20일 곧바로 사퇴 조치가 취해졌다는 설명이다.

결국 범법 행위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임명하고, 3개월 동안 버젓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송두리째 무너진 결과다. 수석비서관 같은 고위공직자는 200여개 항목에 이르는 정밀 자기검증서를 기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휘 아래 국가정보원·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 모든 자료를 제공받아 자체 조사를 벌인다. 그런데 수개월째 대규모 교육계 비리 사건의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체크하지 못했다면, 아예 검증을 하지 않은 것이나 진배없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을 조사한 담당 경찰관이 전산 입력을 하지 않고, 송 전 수석도 자기검증 질문에서 사실을 감춰 수사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짜맞추기식 변명이다. 설령 청와대 주장대로 임명 당시에는 경찰 수사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송 전 수석을 불구속 입건한 것이 7월 말이다. 그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또 뭐라 할 텐가.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임명 당시 모습 (출처 : 경향DB)


‘송광용 사태’ 역시 수첩 인사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 독선적 인사스타일이 근인이다. 박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고 나면, 거기에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분위기가 검증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 송 전 수석은 정수장학회 이사를 지낸 ‘대통령 사람’으로 꼽혔다. 내정 당시에도 제자 논문 가로채기와 논문 표절, 거액 수당 불법 수령 등 각종 의혹이 터졌으나 임명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실제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송 전 수석이 경찰 수사 대상인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인사가 강행됐다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풍토 때문일 터이다. 충분히 검증하고 도덕성과 자격에서 결함이 발견되었을 경우 가차 없이 걸러내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인사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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