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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全) 당원 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통합 찬반으로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두 당의 통합 이야기는 몇달 전부터 나왔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의 당내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통합 반대파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안 대표는 불참했다. 반대파는 의총에서 안 대표 불신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희망대로 전 당원 투표가 실시되고 ‘찬성 우세’가 나오더라도 통합까지는 많은 곡절이 예상된다.
안 대표의 통합 제안은 좀체 오를 기미가 없는 당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하는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하는 절박감도 이해된다. 국민의당은 실천적 중도개혁을 기치로 창당했지만 존재감을 주지 못하고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리적 중도노선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지난 8월 안 대표가 재등판했음에도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되레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도 균형과 거리가 먼 독설로 민심 이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의 정치적 주장의 모호성과 양면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주 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5%로 창당 이후 최저치였다. 지방선거 이후 없어질 당이란 말까지 듣는 상황이다.
이 지경이라면 안 대표는 당의 위상을 떨어뜨린 자신의 지도력을 반성하며 대여 관계, 당 노선과 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바로잡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그런데 당을 살리겠다고 무리하게 당대표로 나섰던 그의 최우선 과제가 당의 간판을 내리는 것이라니 이런 자가당착도 없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햇볕정책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반면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는 햇볕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설사 통합이 필요하다 해도 양당의 정체성과 지향점은 물론 정강·정책이 맞는지 따져봐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통합론의 근거는 여론조사 결과다. 모든 정당을 상대로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이런 식의 통합론은 명분도 없고 통합 자체도 올바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서는 대의도 명분도 비전도 가치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낮은 지지율을 높여 지방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도보수를 규합한 뒤 범보수로 확장하려는 대권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공학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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