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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폭로했던 군인권센터가 그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큰아들 남모 상병의 후임병 강제추행 및 폭행 사건도 군 당국이 은폐·축소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육군 6사단 헌병대 수사속보에 따르면 남 상병은 지난 4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경계근무지에서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피해 일병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7차례에 걸쳐 총 50회 폭행했다고 한다. 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또 다른 피해 일병의 엉덩이에 비비고 그의 성기를 툭툭 치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고 한다. 군 당국이 발표한 ‘턱과 배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뒤에서 껴안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내용이다.

가뜩이나 윤 일병 사건으로 온 국민의 눈길을 받고 있는 군이 왜 이렇게 뻔한 요령을 피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남 상병의 신분과 배경을 감안해서라도 추호의 은폐·축소 의혹도 사지 않도록 사건 처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강제추행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고 폭행 횟수를 축소해 발표했다가 민간단체가 이를 폭로한 연후에야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 상병의 범죄가 위중한데도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문건에 불구속 수사 방침이 명시돼 있는 점이라든가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하기 한 시간 전에야 남 상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점 등 은폐·축소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은 수두룩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양주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을지훈련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육군은 남 지사의 장남 남모(23) 상병에 대해 후임 폭행 및 추행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_ 연합뉴스


이 정도면 은폐·축소는 군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이 터지면 우선 덮고 보고 드러나더라도 어떻게든 축소하려는 관행이 결과적으로 가혹행위를 만연케 한 토양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 육군이 부대 정밀 점검과 설문조사, 면담 등을 통해 확인한 사례라든가 군이 운영하는 피해 구제전화인 ‘국방헬프콜’로 접수된 신고 건수를 보면 군내 가혹행위와 성추행 실태는 여전할 뿐 아니라 개선될 기미도 발견할 수 없다. 군의 폐쇄성과 은폐·축소 관행 때문이다. 남 상병 사건 은폐·축소 의혹은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어제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와 과거 사례라도 이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대는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병영 내 사건·사고에 대해 확인된 사실을 즉시 언론에 공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뜻은 알겠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우선 남 상병 사건부터 엄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해 은폐·축소 의혹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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