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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3개 동을 조기 개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롯데 측은 서울시에서 요구한 날짜보다 닷새나 빨리 교통·안전에 관한 보완서를 제출하며 건물 사용승인을 내달라고 재촉하고 있고, 저층부에 입점 예정인 점포 주인들과 여기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개장이 늦어질수록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은근히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내부에도 더 이상 끌지 말고 이달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싱크홀(땅 꺼짐)과 동공(텅빈 굴)의 속출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마당에 무슨 배짱으로 밀어붙이려는 건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측은 최근 잇따라 발견된 동공이 제2롯데월드가 아니라 지하철 공사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서울시 조사 발표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발표는 어디까지나 추정 단계이다. 단정해도 좋을 만큼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게 아니다. 설사 동공과 직접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제2롯데월드 공사가 땅속에서 다른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여부는 충분히 밝혀진 게 없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을 포함한 잠실 일대는 과거 한강이 흐르던 연약 지반이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지반이나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반이 꺼지더라도 균등하게 꺼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부동침하(不同沈下)할 경우 지상의 구조물이 기울면서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이미 석촌호수 수위가 내려가고 호숫물이 사라진 게 제2롯데월드 공사와 관련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엊그제 JTBC가 입수한 송파구청 측정자료에 따르면 공사장 반경 1㎞ 이내 지하수위 관측소 6곳 중 2곳은 수심이 최고 3m까지 내려가고 2곳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들쭉날쭉했다고 한다. 불안한 요소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사건 사고가 많았던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출처 : 경향DB)


최근 싱크홀과 동공이 발견된 것은 어떤 면에서 천행(天幸)이다. 25층짜리 아파트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의 큰 공간이 걸어다니는 땅 밑에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도 아무런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공사를 멈추고 안전부터 확인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가 모르는 동공이나 싱크홀이 또 있지는 않은지 인근 지역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는 것은 필수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는 명품점과 영화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하루 수십만명의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시설인 만큼 개장 후 안전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에 문을 여는 것은 절대 허용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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