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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 행렬이 끝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단식을 시작한 지 벌써 39일이나 지났다. 이미 육체적 한계를 초과한 상태이다. 단식은 항의행동의 마지막 수단이며 목숨을 건 비폭력 비무장 행동이다. 이 단식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단식 행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리멸렬해지는 게 아니라 더욱 강고해지고 연장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시민단체에 이어 학계, 문화예술계, 교육계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단식으로까지 나가게 되었을까?

이번 단식은 다른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무책임과 무능, 통치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대통령은 4·16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유가족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3일 후 눈물까지 보인 담화를 통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이런 대통령의 뜻과 말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유민 아빠를 면담하고, 결단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특별법 거부와 반대 의지가 또한 세월호 정국을 불통으로 만들고 있기도 하다. 노골적으로 4·16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원은 50명이나 된다. 7월2일부터 유족들이 벌인 서명 결과이다. 특히 4·16사건 국정조사위원장은 내놓고 특별법 반대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희생자를 ‘조류독감’에 빗대고, 단식 중인 유족들을 ‘노숙자’로 비하하고, 이번 사건이 단순한 ‘교통사고’라고까지 막말을 했다. 김무성 대표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또한 4·16 특별법 제정은 특혜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유언비어에 속아 넘어가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무감각과 무관심 역시 사태 악화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의사상자 지정과 같은 특혜를 위한 것이라는 악소문과 악선전이 전파되고 있는 사정 역시 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는 방해물이 아닐 수 없다. 유족들은 이런 특혜를 원하고 있지 않다.

이번 국민단식의 기본 정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국민감정의 단호한 발로이다. 시민 개개인이 향유해야 할 헌법적 가치, 국민의 자유와 평등과 권리, 인간안보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시민각성과 양심으로부터의 도덕적·윤리적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이다.

여야 졸속야합에 대한 불만과 협상 창구 변화로 인해 상호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족들의 육체적 피폐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시간의 경과는 ‘희생의 기억’이 아니라 대중을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이런 구차한 꼼수를 노리는 보수정치세력은 시간의 경과만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 시간과의 싸움에서 불의와 부패를 누르고, 정의와 새로운 평화생명의 안전질서를 실현할 것인가, 위험사회의 극복을 위한 재난예방의 새로운 질서를 시민참여를 통해 실현할 것인가 여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책임추궁을 위한 기소권을 보장하는 올바른 특별법 제정 여부에 달려 있다.


허상수 |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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