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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금지법’을 시행하자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선행학습 금지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법의 취지는 옳았다. 하지만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사교육 분야를 쏙 빼고 초·중·고교, 즉 공교육 분야에서의 선행학습 및 선행시험만 금지한 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금지된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제 이 ‘공교육 정상화법’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방과후 학교’에 복습·심화·예습 과정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불과 6개월 만의 ‘땜질 처방’이다.

교육부는 “법 시행이 사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일선학교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결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교육부의 개정안 발표를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았다는 것인가.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법을 개정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선행학습의 욕구를 막기도 쉽지 않다.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2002년)가 있는데도 그렇다. 입시경쟁이라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작금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숙제를 하거나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분명히 ‘역주행’이다. 이미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법’의 좋은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판에 교육부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마저 훼손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허용되면 전교조의 표현대로 ‘해 뜨면 공교육’ ‘해 지면 선행학습’이라는 두 얼굴의 학교가 생길 판이다. 법이 개정되면 ‘적어도 공교육 차원에서는 선행학습이 없다’는 최소한의 원칙까지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부가 그리는 바람직한 공교육의 모습인가. 일이 꼬일수록 본질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공교육의 선행학습 금지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면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순서이다.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 수능혁신안과 학교 교육력 강화안 등 다양한 목소리들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겠다. ‘선행학습이 필요없는’ 입시체제가 교육당국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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